"교사 된 걸 후회하고 있어요"… OECD 1위
전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계기는 1학기 수업 중 벌어진 한 장면이었다. 한 학생이 욕설을 하며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자 A씨는 교사로서 당연히 주의를 줬다. 그런데 그날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렀다.
학부모는 “왜 우리 아이에게 뭐라고 하느냐”,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말로 항의했고, 민원은 반복됐다. A씨는 점점 수업이 즐겁지 않게 느껴지고 마음이 불안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결과를 들었다. A씨는 “앞으로 교사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특정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제 조사에서도 한국 교사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TALIS 2024가 보여준 한국 교사의 스트레스 구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교원·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TALIS) 2024’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이 가장 크게 꼽은 스트레스 요인은 **‘학부모 민원 대응’**이었다.
한국 교사 56.9%: “학부모 민원 대응이 주요 스트레스 요인”
OECD 평균 **41.6%**보다 15.3%p 높음
2018년 조사(40.4%)보다 16.5%p 증가
조사 대상국 중 2위(포르투갈 다음)
이번 TALIS 조사는 54개국(비회원 포함) 중학교 교사와 교장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한국에서도 교사 3천 명 이상이 참여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수업 자체보다 ‘수업 밖’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는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학생의 위협·언어폭력이 스트레스라는 응답은 30.7%
OECD 평균(17.6%)의 거의 2배, 전체 4위
반면 수업 준비 부담 같은 교육 본연의 스트레스는 OECD 평균보다 낮은 편이었다.
또 하나는 행정업무 시간이다.
한국 교사의 행정 업무: 주 평균 8시간
OECD 평균 4.7시간보다 3.3시간 더 많아 전체 3위
“좋은 직업”이라 생각하지만, “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
모순처럼 보이는 결과도 있다.
“교직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인식: 한국 76.9% (OECD 평균 73.9%보다 높음)
그런데 “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는 비율: 한국 21%, 조사 대상국 중 1위
즉, 교사들은 교직의 의미와 가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현실의 업무 환경과 민원 구조 속에서 버티는 일이 너무 힘들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또 “교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응답은 **35.2%**로 OECD 평균보다 높았지만, 6년 전보다 크게 하락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교사들이 체감하는 사회적 시선과 존중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서이초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현장의 말
교사들은 “큰 사건이 있었고 대책도 발표됐지만, 체감 변화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은 “민원은 학교가 통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민원 대응팀이 1차 전화는 받더라도, 결국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담임에게 해결이 넘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말 그대로 **‘시스템은 생겼는데, 부담은 여전히 교사에게 돌아오는 구조’**라는 것이다.
교사들이 요구하는 것: 수업을 하게 해달라
교사 단체들은 “교사가 수업에 집중하려면 민원과 행정이 대폭 줄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반복적·협박성 민원 같은 악성 민원은 단순 ‘불만 제기’가 아니라 교권 침해로 보고, 한 건이라도 강력히 대응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사가 흔들리면 교실도 흔들린다. 교사에게 “왜 그렇게 예민하냐”고 묻기 전에, 교사가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 민원과 행정에 파묻힌 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 밖의 과도한 압박과 소모를 줄이는 방향의 변화가 정말 필요해 보인다.
출처: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5/10/11/B6JQXICDIZEBROP5F2EPDFLS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