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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죄가 없다"…그 교사에게 그날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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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 2026년 02월 19일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이 말은 위로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지켜야 할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원인을 한 단어로 묶어버립니다. 정신질환을 ‘설명’으로 가져오고, 곧바로 ‘낙인’으로 밀어붙이는 방식 말입니다.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생이 희생된 비극적 사건을 두고도, 일부 보도와 여론이 가해자의 ‘우울증 이력’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이번 사건을 우울증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며,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순간 또 다른 편견과 혐오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요.

“우울증은 죄가 없다” — 낙인이 치료를 막는다

나종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는 SNS 글을 통해 핵심을 분명히 했습니다.
“죄는 죄인에게 있다. 우울증은 죄가 아니다.”

그가 특히 우려한 지점은, 언론과 사회가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사건의 중심에 놓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보도가 흘러가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 = 위험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강화되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치료를 더 숨기게 되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겁니다.
우울증 치료율이 낮다는 현실 속에서, 낙인은 개인의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 위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우울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우울증을 대체로 갈등을 내면화하는 경향과 연결해 설명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처럼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타인에게 폭력이 향하는 양상을 우울증만으로 단정 짓는 건 전형적 설명과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범죄심리 분석가들도 비슷한 결의 말을 합니다.
표창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울증은 변명거리일 뿐”이라는 취지로, 사건의 핵심을 공격성과 폭력성, 그리고 범행의 선택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배상훈은 약자를 대상으로 삼는 범행 양상을 문제 삼았고,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진단명과 무관하게 계획 범죄 가능성을 언급하며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단정하면, 진짜 원인에 접근하지 못한 채 또 다른 피해자(낙인 찍힌 사람들)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것.

‘하늘이법’이 향해야 할 곳: 처벌이 아니라, 치료와 안전의 시스템

유가족은 “제2의 피해가 다시는 없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교사가 편견 없이 치료받고 복귀·관리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호소했습니다. 이른바 ‘하늘이법’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그런 배경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누가, 언제, 어떤 신호를 잡아내고,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치료와 보호가 가능한 시스템이 학교 안팎에 존재하는가?

법과 제도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방향은 더 중요합니다.
정신질환을 범죄와 자동 연결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휴직·복귀·사후관리를 촘촘히 연결하는 안전망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낙인 없는 치료”와 “학교의 안전”이 동시에 가능해집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3가지

단정: “우울증이니까 그랬다”는 말은 사실 확인도, 예방도 아닙니다.

낙인: “정신과 치료=위험”이라는 분위기는 치료를 늦추고 숨게 만듭니다.

비난의 방향: 책임은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 있습니다. 치료받는 사람을 탓하면 해결은 멀어집니다.

마무리

우울증은 죄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우울증=위험”이라는 프레임을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에서 멀어지고 더 늦게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사건의 비극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은 누군가를 낙인찍는 일이 아니라,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세우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가장 아픈 사람들이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작됩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981772&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