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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현 선생님. 13년 만에 다시 교실로 돌아온 선생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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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 2026년 02월 20일

1) 성적이 ‘나’가 되던 시절,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인터뷰 속 선생님은 학창시절을 “시험 전날마다 울던 아이”로 기억합니다. 성적이 곧 자기 자신이던 시절, 작은 실수에도 마음은 무너졌고, 교육대학에 들어가서도 “좋은 대학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는 혼란을 겪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삶을 지탱하던 문장이 무너집니다.
“내가 왜 살아야 하지?”
질문이 찾아오면, 사람은 자주 자기 편이 아니라 자기 심판관이 됩니다. 선생님 역시 “모두가 트랙 위에서 달리는데 혼자만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패배자 같다”고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해요.

2) 누군가의 허브티 한 잔이, ‘단단한 껍질’을 살짝 열었다

변화는 거창한 각오보다 작게 시작됩니다.
선생님이 가장 낮은 곳에 머물던 어느 시기, 지인의 소개로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 방 한 칸을 내어주고 밥을 차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밤, “차 한 잔 할래요?” 하며 건넨 허브티와 함께 그 사람의 고통(가정폭력, 치료·상담 경험)이 조용히 이어져요.

그때 선생님 마음속에서 중요한 깨달음이 하나 생깁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고통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가진 사람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사람은 다시 살아갈 발판을 얻기도 하니까요.

3) “진짜 행복한 사람을 만나보자” — 질문이 삶의 방향이 될 때

선생님은 ‘행복을 망설임 없이 말하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결국 달라이 라마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납니다.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만난 스님에게, 선생님은 자신의 우울을 털어놓았다고 해요.

그때 돌아온 질문은 너무 단순해서 더 큰 충격이 됩니다.

“어떻게 자신을 미워할 수 있나요?”

선생님은 그곳에서 몇 달을 머무르며 삶과 죽음, 행복을 다시 생각했고, **우울이 “놀랄 만큼 회복됐다”**고 말합니다.

4) 교실 밖 ‘지구별 학교’에서 배운 것들

복귀 전의 시간은 공백이 아니라 훈련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퇴직 후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하고, 히말라야, 프랑스 플럼 빌리지, 인도 마더 테레사 하우스, 호스피스 병동 등 다양한 현장을 찾아가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배웠다고 합니다.

또 학교 밖에서 난치병 학생들을 화상으로 가르치고, 위기 학급에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가족 소통 프로그램으로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연결하는 일도 해왔어요.

5) “원래 그런 아이는 없다” — 응시(눈빛)와 박수의 교육학

인터뷰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대목 중 하나는, 아이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선생님은 정신분석학자 이승욱의 말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해요. “인간은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

교실 한쪽에서 늘 엎드려 있던 아이. 다른 아이들은 “원래 그런 애”라고 규정했지만, 선생님은 아주 작은 요청을 하나씩 건넸다고 합니다.
“한 번 바르게 앉아볼까?”
“책 한 번 꺼내볼까?”
그리고 그때마다 “다 같이 박수!” 하며 환호를 보냈고, 아이는 धीरे धीरे 말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선생님 마음속 기도문도 함께 소개됩니다.

“씨앗에서 나무를, 알에서 새를, 고치에서 나비를 보게 하소서.”

결국 메시지는 하나로 모입니다.
아이를 ‘결과’로 단정하지 말 것.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을 먼저 볼 것.

6) 위기 아이를 만났을 때, “가시를 정리하듯” 등을 쓸어주었다

학교폭력 조짐이 있거나 위기 상황이 있는 학급에서, 선생님은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거칠게 반응하고 욕설을 쏟아내며 공격적으로 변하는 아이를 만났고, 선생님은 그 아이를 복도로 데려가 등을 쓰다듬으며 함께 호흡을 했다고 합니다. “성난 동물의 털을 정리하듯” 등을 쓸어주고, “너는 아름다워”라는 가사의 노래를 조용히 불러줬다는 장면이 나와요.

이 부분은 ‘기술’이라기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전제처럼 느껴집니다.
상처는 대개 상처를 더한 말들 속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어떤 아이에게는 ‘처음 듣는 다정함’이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

7) 다시 교실로: 짧은 만남의 소진을 지나, 사계절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

선생님은 학교 밖 프로그램 수업을 하며 체력적으로 소진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사계절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해요. 그래서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지금의 교실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교실은 무대, 선생님은 때로 가수·무용수·이야기 할머니.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집중해서 보고 호응해 주는 공간.

8) “나는 성적이 아니야” —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필요한 문장

단어 시험지에 “죄송해요, 못 썼어요”를 적어낸 아이.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말합니다.
너는 성적이 아니라고. 성적보다 훨씬 큰 존재라고.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외치는 문장이 인터뷰에 등장해요.

선생님이 강조하는 건 ‘잘하자’가 아니라 ‘다시 해보자’입니다.
“지난번보다 나아진 사람은 모두 성공한 사람.”
이 문장은 교실에만 필요한 게 아니죠. 우리 어른들 마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9) 마음을 붙드는 작은 도구들: 소리와 기록

인터뷰 말미에는 ‘책상 위 물건’이 소개됩니다.
첫째는 띵샤(맑은 소리가 나는 악기).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을 찾으며 ‘듣기 연습’을 한다고 해요. “경청은 모든 것의 기본”이라는 말과 함께요.
둘째는 수첩과 편지. 어디를 가든 노트와 펜이 있고, 마음을 전하기 위한 편지지와 아이들이 준 편지도 곁에 둔다고 합니다.

회복은 거대한 결심이 아니라, 이런 작은 도구들과 함께 “오늘을 건너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13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선생님의 B면 인터뷰(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