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교사를 휴직시키면 학교는 안전해질까?
‘하늘이법’이 학교를 더 안전하게 만들까?
“통제·배제”만으로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지난 10일, 8살 김하늘양이 교사에 의해 숨진 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이른바 ‘하늘이법’(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내용의 큰 축은 ‘고위험 교사’를 선별해 긴급한 경우 분리·귀가 조치하고, 교육청 심의를 거쳐 강제휴직까지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신규 교사 채용 과정과 재직 중 교원의 정신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대책도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이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정신질환을 ‘위험’과 연결해 통제·배제하는 방식이 과연 학교 안전을 높일까?”
현장을 오래 취재해온 기자의 관점에서, 그리고 학부모의 입장에서 드러난 고민들을 정리해봅니다.
1) “법이 생기면 아이들이 더 안전해질까?”
사건 자체가 매우 특이하고 극단적인 사례라서, 단순히 ‘고위험 교사 선별’만으로 같은 유형의 위험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무엇보다 정책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입니다.
특히 “고위험 교사”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 교사”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설계는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사의 심리 상태는 개인의 성향, 업무 강도, 민원 환경, 학교 문화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소한 교사·학부모 등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조됩니다.
2) “폭력 상황에서 교장을 ‘현장 지휘자’로 만들 수 있을까?”
정부가 말하는 ‘고위험 교사’는 공격성·폭력성으로 동료나 학생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다만 구체적 기준과 절차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하늘이법이 마련되면, 폭력성이 확인되는 경우 학교장이 일시적으로 귀가 조치(또는 연차 사용 권고)하고, 이후 직무수행 적합성 심의를 통해 휴직·면직까지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교사가 귀가 지시를 거부하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증거로 ‘고위험’을 판단하나?
긴급 상황에서 법적 근거와 절차가 현장에 충분히 안내되는가?
즉, “가능하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지침과 보호장치가 세밀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3) 임용 전·재직 중 정신건강 점검, 필요한가?
학교는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고,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정신건강을 살피는 제도” 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점검이 특정 질환을 이유로 배제하거나 취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흐르면 큰 문제가 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에게 더 많은 조건’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커질 수 있는데, 이는 현장에선 과도한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점검이 목적이라면, 그 끝은 “배제”가 아니라 치료·지원·회복이어야 합니다.
4) 안전 앱이 주변 소리를 녹음한다면?
하늘이 부모가 사용했던 자녀 보호 앱처럼 ‘주변 소리 녹음’ 기능이 포함된 서비스는 법적으로 민감할 수 있습니다.
제3자가 타인의 발언을 녹음하는 행위는 상황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거론됩니다.
여기엔 또 다른 우려도 있습니다.
안전을 이유로 아이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되지는 않는지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의심하며 모든 것을 ‘감시’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는지
안전은 중요하지만,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는 환경은 교육에도 아이의 정서에도 좋지 않습니다. 법·제도 검토와 함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5) 학생도 교사도 “진짜로” 안전해지려면
핵심은 이것입니다.
우울·불안·스트레스를 겪는 교사를 지원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도는 이미 있는데도, 실제로는 잘 이용되지 못하는 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현실적인 벽이 큽니다.
교사 직무 특성상 연차를 내기 어렵다
상담을 받으면 “기록이 남고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된다
접근성이 떨어져 치료의 타이밍을 놓친다
그래서 실효성을 높이려면 ‘선별과 통제’보다 접근 가능한 지원 시스템이 먼저 강화돼야 합니다.
전화·온라인 상담 확대(시간·장소 제약 최소화)
익명성이 보장되는 외부 상담 이용 경로 마련
“상담 이력 = 불이익”이라는 불안을 줄이는 제도 설계
치료 의지가 낮은 사람도 문턱 없이 연결되는 장치(현장 친화적 동행 시스템)
안전을 위해 필요한 건 ‘배제’보다 ‘연결’
이번 논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우울증/정신질환 = 위험이라는 단순한 등식이 굳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치료를 숨기고 피하게 되어, 학교는 더 안전해지기보다 더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학교가 안전해지려면,
위험을 “가려내는” 시스템만큼이나
어려움을 “드러내고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83557.html?utm_source=chatgp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