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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고백한 거 후회돼요"…20대 초등학교 교사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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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 2026년 03월 05일

“치료가 아니라 감시가 될까 봐” — 하늘이법을 둘러싼 교사들의 두려움

“제 정신질환에 대해 더는 솔직해지지 못할 것 같아요.”
“교감 선생님께 우울증을 고백한 게 후회돼요.”

최근 정부가 이른바 ‘하늘이법’ 도입을 서두르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안전을 위한 제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신질환 교원을 ‘잠재적 위험’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치료와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가 오히려 치료 회피와 은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정부가 추진하는 ‘하늘이법’, 무엇이 달라지나

보도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위해 가능성이 높은 교원을 신속히 분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추진 중이다. 주요 방향은 다음과 같다.

임용 단계 강화: 교직 적성검사·면접 등을 강화해 고위험 요인을 조기에 차단

재직 교원 대상 조사: 교원 정신건강 설문조사 시행

학교 안전 체계 보완: 정신건강 전문가가 포함된 긴급 대응팀 운영 검토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 검토

늘봄학교 안전 원칙: 초1~2는 대면 인계·동행 귀가 원칙 등(신학기 전까지 조치 목표)

표면적으로는 “학생 안전”을 강화하는 조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과정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작동하느냐”가 가장 큰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필요한 조치”와 “낙인” 사이에서 흔들리는 교사들

교사들의 핵심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중증·고위험 상황에 대한 분리 조치 자체는 필요하지만, 법이 설계되는 방식에 따라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 전체가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학부모 민원과 누적된 스트레스로 치료를 받아 왔지만, “이제 다시 숨겨야 하는 분위기로 돌아가는 것 같아 두렵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교사는 “최근 학교에 치료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오히려 그 고백이 불리하게 작동할까 봐 후회된다”고 말한다.

이런 반응은 치료 자체를 망설이게 만드는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록이 남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커질수록, 교사들은 상담과 진료를 늦추거나 아예 피하게 되고, 그 결과 사각지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설문에서 드러난 불안: “질병휴직 교원 전반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보도에 인용된 교사 대상 설문에서는 응답자 다수가 “질병 휴직 중인 교원이라면 누구나 잠재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심의기구가 ‘고위험 교사’를 판단하고, 직권휴직이나 면직 같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기준의 모호함과 절차적 부담을 걱정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쟁점 1) “정신질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정신질환’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다. 일시적 우울·불안, 트라우마, 번아웃, 공황, 약물치료 여부 등 상태는 다양하고, 기능 손상 정도도 다르다. 그런데 법안이 진단명 자체를 중심으로 작동하면 문제가 생긴다.
현장에서 나오는 우려는 대체로 이렇다.

“진단명이 있으면 곧바로 위험군인가?”

“치료를 받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불리해지지 않나?”

“회복·복귀 과정이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나?”

쟁점 2) 책임을 누가 지는가 — 학교장 판단의 ‘무게’

또 다른 우려는 학교장·관리자에게 과도한 책임이 쏠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의 직무 수행 가능 여부를 학교 내부가 사실상 판단하게 될 경우, 이는 관리자에게도 큰 부담이며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학생·학부모 여론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되면, 학교는 치유와 회복보다 방어와 배제로 기울 수 있다.

전문가들도 “취지엔 공감, 절차는 더 촘촘해야”

전문가 의견도 방향은 비슷하다. 학생 안전을 위한 대책 자체는 필요하지만,

‘고위험’ 선별 기준이 모호하면 과잉 규제가 될 수 있고,

기존에 운영되던 상담·치유 시스템이 지원이 아닌 감시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으며,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적 안전장치(재심·다단계 평가 등)**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

이번 논쟁의 핵심은 “교사를 보호하자 vs 학생을 보호하자”의 대립이 아니다. 둘 다 보호해야 한다. 다만 제도는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치료받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진단명이 아니라 실제 위험도와 기능 저하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인가?

학교 밖의 독립적·전문적 기구와 연계해 낙인과 보복 우려 없이 지원받을 수 있게 할 것인가?

강제 분리보다 먼저 작동하는 **예방·회복 체계(휴식, 상담, 업무조정, 복귀 프로그램)**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숨게 만드는 법”이 아니라 “회복을 가능케 하는 법”

교사들은 학생 안전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다만 “안전”이란 이름으로 정신건강을 말하기 더 어려워지는 학교가 된다면, 결국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 법이 정말 현장을 바꾸려면, 분리·통제 장치만이 아니라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회복을 보장하는 설계가 함께 가야 한다.

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2183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