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후의 새 출발
“ADHD 진단을 받고, 드디어 나 자신을 미워하는 걸 멈췄다”
진 워드는 오래도록 같은 질문을 품고 살았다.
‘나는 왜 이렇게 남들과 다를까?’
그 질문은 곧바로 자기비난으로 이어졌다. 남들이 쉽게 해내는 일—집중, 정리, 약속을 기억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유난히 버거웠기 때문이다. 학교 시절, 책상 나무결에서 새 모양을 찾아내는 건 즐거웠지만 칠판 앞 수업은 금세 흩어졌다. 그는 “내가 어딘가 고장 난 사람”처럼 느끼며 자랐다.
그런데 71세가 되던 해, 그 질문에 예상치 못한 이름이 붙었다.
“중증 ADHD”.
진단을 받은 순간, 워드는 오히려 숨이 트였다고 말한다. ‘나의 부족함’이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설명 가능한 특성이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진단은 이상하게도 힘을 줬어요. 내가 그렇게 끔찍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진단의 단서는 가까운 곳에서 나왔다. 20년을 함께한 파트너 데릭(은퇴한 의사)이 일요일 신문을 읽다 한 인터뷰를 보여줬다. ADHD를 가진 작가 이야기였는데, 데릭은 “이거… 당신 같지 않아?”라고 말했다. 워드는 곧바로 주치의에게 연락했고, 평가 과정을 거쳐 2023년 4월 진단을 받았다.
워드는 스스로를 “산만하고, 생각이 이리저리 튄다”고 표현한다. 반면 데릭은 꼼꼼하고 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워드는 “나는 데릭의 생각 흐름에 불쑥 끼어들기도 한다”고 웃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빈틈을 메우며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한다. 워드에게 그 관계는 오래 바라던 ‘소속감’이기도 했다.
워드는 교사 집안에서 자랐다. 그만큼 학교에서의 흔들림은 더 아프게 느껴졌다. 그는 중요한 시험을 통째로 잊어버려 놓친 적도 있다. 하지만 음악 분야에서는 길이 열렸다. 그는 예술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할 기회를 얻었고, 몇 해 사이 자격을 따고 결혼하고 중등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게 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 궤도’였다. 워드는 성인이 된 뒤 두 번 결혼했고, 각각의 결혼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자녀도 셋을 키웠다. 그러나 그는 “정작 나는 나를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 감정은 늘 과열된 채였고, 물건과 약속을 자주 잃고 잊는 탓에 불안은 기본값처럼 따라다녔다. 그 불안은 시간이 지나며 우울로 번졌다. “열심히 해도 결국 실패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정상처럼 보이기’에 집착했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를 미워하게 됩니다.”
ADHD가 있는 사람들 중엔 직업이나 관계를 자주 바꾸며 떠도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워드는 달랐다. 그는 중등학교 음악 교사라는 일에 매달렸다. 본인은 그것을 “떠내려가는 사람이 부표에 매달리듯”이라고 표현한다. 버티는 것이 곧 생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년의 어느 저녁이었다. 워드는 학교 업무를 마무리한 뒤 늘 가던 오케스트라 리허설(그는 더블베이스를 연주했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 앞에서 몸이 굳었다. 걸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움직이지 않았어요.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오히려 안도감처럼 느껴졌어요. 안에서 무언가가 ‘딱’ 끊어진 느낌이었죠.” 다음 날 그는 병원을 찾았고, 심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회복 뒤 그는 파트타임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나는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두 번째 결혼이 끝난 후, 그는 52세에 지역 대학에서 미술 기초 과정을 시작했다. 그곳엔 자신이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들도 있었다. 어느 날 작업실로 가는 길에 남학생 무리를 스쳤는데, 그중 한 명이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 인사하더니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분이 워드 선생님이야. 한때 정신이 나가셨대.”
워드는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그 말 속 낙인이 뒤늦게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는 “이런 경험을 사람들이 더 많이 공유할수록, 편견은 줄어든다”고 말한다.
워드는 미술 학위를 이어가고, 석사 과정도 마쳤다. 친구를 통해 데릭을 만났다. 그는 간헐적으로 대체교사 일을 하며, 가족사진을 바탕으로 한 그림을 그려 팔았다. 그 그림들은 어린 시절의 고립감과 어딘가 ‘자리 밖’에 서 있던 감정을 담아냈다. 결국 그는 65세에 교직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진단 이후, 삶의 결이 달라졌다고 한다. 워드는 “우울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불안도 많이 가라앉았다”고 말한다. 상담의 도움도 컸고, 약물치료도 받았다. 생활에서는 아주 실용적인 장치들을 도입했다. 체크리스트, 루틴, 열쇠를 두는 ‘고정된 자리’ 같은 것들. 작은 전략들이 쌓이자, 매일이 덜 위태로워졌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는 매일 짧은 문장을 반복한다. 처음엔 어색하고 반발감도 들었지만, 지금은 하루를 붙잡아주는 말이 됐다.
“나는 나를 받아들인다.”
그는 이 문장이 단순한 긍정 주문이 아니라, 긴 세월 자신에게 들이댄 잣대를 내려놓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남들이 하는 걸 못 한다는 이유로 그렇게까지 나를 미워할 필요는 없었어요. 자존감이 낮으니 더 가혹하게 나를 재판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 꽤 잘 살아왔더라고요.”
워드는 성인이 된 자녀들과의 관계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랑은 사랑대로, 그러나 감정과 공감이 너무 앞서 타인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공간을 주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늦은 진단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워드에게 진단은 오랫동안 ‘결함’이라 믿었던 것들을 다시 읽게 해줬다. 그리고 그 재해석이, 수십 년간의 자기혐오를 조금씩 걷어내는 출발점이 됐다.
그가 말하는 ‘새 출발’은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적으로 삼지 않는 삶.
그 시작을 60대 이후에야 배웠다는 사실이—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조용한 용기를 건넨다.
출처: Paula Cocozza, “A new start after 60: I was diagnosed with ADHD – and stopped hating myself”, The Guardian, 2025-01-06.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25/jan/06/a-new-start-after-60-i-was-diagnosed-with-adhd-and-stopped-hating-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