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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을 통한 마음 건강 회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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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 2026년 03월 10일

외로움에서 시작된 마음의 병… 10년 싸움 끝에 회복, 다시 타인의 치유를 돕다

한밤중, 이유 없이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공포가 엄습했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감각에 그는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단순한 불면이나 피로가 아니었다. 그날 새벽 그를 덮친 것은 오랫동안 마음 깊은 곳에 쌓여 있던 상처와 우울, 그리고 공황의 신호였다.

함영준 대표가 처음 이상 징후를 뚜렷하게 느낀 것은 2012년 5월 어느 날이었다. 오랜만에 공직 생활 시절 동료와 만나 식사와 술자리를 함께한 날이었다. 평소 불면으로 고생하던 그에게는 모처럼 쉽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밤이었지만, 새벽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술자리에서 옆에 앉아 있던 동료가 갑자기 다른 자리로 옮긴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모멸감과 소외감이 가슴을 스쳤다. 상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행동이었을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오랫동안 눌러왔던 외로움과 상처를 건드리는 계기가 됐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불편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새벽의 공포로 폭발했다.

다음 날 그는 동네 내과를 찾았다.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신체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의사는 조심스럽게 공황장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했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상담과 검사를 받은 그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제야 자신을 괴롭혀온 불면, 두통, 극심한 불안, 무기력감이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의 증상임을 알게 됐다.

하지만 진단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정신적인 문제는 의지로 버틸 수 있다고 믿었다. 정신과를 찾는 일 자체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상태는 악화했고,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극단적인 선택을 상상하는 순간도 잦아졌다.

이 같은 위기 뒤에는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돌이 막 지난 무렵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고, 이후 어머니와도 떨어져 지내야 했다. 조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랐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버려짐과 외로움의 감각이 남아 있었다. 성장 후에는 기자와 청와대 비서관 등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경력을 쌓았지만, 화려한 이력과는 별개로 내면의 결핍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22년간 이어진 언론인 생활은 쉼 없는 긴장과 압박의 연속이었다. 공직에 몸담은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성취와 안정이 있어 보였지만, 안으로는 피로와 공허가 차곡차곡 쌓였다. 처음에는 불면과 두통처럼 몸의 신호로 나타났고, 이후 무기력과 절망감, 자살 충동 같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이어졌다. 결국 그는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위기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전환점은 치료를 결심한 뒤 찾아왔다. 그는 약물치료와 상담을 시작했고, 운동과 명상, 독서 등 일상 속 회복 훈련도 병행했다. 하루아침에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긴 시간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10년이 넘는 싸움을 이어갔다. 그렇게 그는 조금씩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늪에서 벗어났다.

회복 이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개인의 고통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2019년 정신건강 전문 온라인 매체 ‘마음건강 길’을 창간해 마음 건강에 대한 정보와 회복 경험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 과거의 자신처럼 우울과 불안, 외로움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유튜브와 칼럼, 저서 등을 통해 자신이 겪은 우울증 극복 과정과 생활 속 실천 방법도 나누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모임 ‘마음 디톡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7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모임은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며, 우울, 외로움, 관계, 불면, 공황 등 다양한 마음의 문제를 주제로 삼는다. 행사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심리학자, 종교인, 문화예술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이론을 넘어 실제적인 회복 방법을 전한다. 참석자들은 자신의 고민을 직접 나누고 조언을 들으며 서로의 경험 속에서 치유의 단서를 찾는다.

5월 21일 오후 서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마음 디톡스’ 모임의 주제는 ‘외로움과 우울, 그 치유법’이었다. 이날 약 100명의 청중이 함께한 가운데, 함 대표는 ‘작은 우울, 매일 비우는 연습’을 주제로 강연하며 ‘내 마음의 평정을 찾는 7가지 습관’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마가 스님과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도 강연자로 참여했다. 마가 스님은 가족에게 버림받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외로움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출가 이후 그 감정을 감사와 성찰로 바꾸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온 경험을 들려줬다. 윤종모 주교는 조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느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방황, 그리고 이후 사제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의 여정을 바탕으로 ‘닫힌 마음을 여는 가족 대화법’을 전했다.

다음 ‘마음 디톡스’ 모임은 7월 15일 열릴 예정이며, 주제는 ‘불면증과 공황장애’다. 깊은 외로움과 상처 속에서 시작된 한 사람의 회복 여정이 이제는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을 향한 치유의 통로가 되고 있다.

출처: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185